2019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등장했던 콘셉트카 XM3 인스파이어(Inspire). 공개 당시 세단, 쿠페, SUV의 스타일을 절묘하게 결합해 큰 관심을 받았다. 양산차가 콘셉트카의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살린다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지금은 단종된 플래그십 세단 SM7은 콘셉트카와 양산형의 간극이 커 실망을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XM3는 콘셉트카 XM3 인스파이어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해 양산했고, 출시되자 마자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콘셉트의 비싼 수입차 못지 않은 모델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메리트가 컸다. 자동차 구매 시 디자인과 가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20-30대에게 XM3는 훌륭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출시 4개월만에 엔진 꺼짐 이슈로 판매량에 발목이 잡혔다. 5,000대를 상회하던 판매량은 1,000대로 급락했고, 이후로 지금까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이슈는 리콜 조치를 거쳤고, 현재 판매되는 모델은 관련 부품을 교체했다고 한다.

출시 2년차에 접어든 XM3. 매력은 여전했다. 2가지 이상의 자동차 특징을 조합해 만든 크로스오버 장르는 자칫 디자인 일관성을 잃어버린다면 이도 저도 아닌 차가 되고 만다. 르노삼성차는 쿠페형 SUV라는 큰 틀 안에 패밀리룩을 적절히 배합해 브랜드에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잘 만들어 냈다.

전면부는 상위 모델인 QM6와 동일한 패밀리룩을 가져가 브랜드 정체성을 살렸고, 이 차의 백미인 측면 라인은 쿠페형으로 날렵하게 뽑아 스타일을 살렸다. 후면부는 해치도어가 달린 패스트백 세단 같다. SUV처럼 둔해 보이지 않고 측면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간다.

실내 콕핏 구성은 주요 구매 타겟으로 설정한 20-30대에 꼭 맞춘 모습이다. 10.25인치의 대화면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세로형 9.3인치 메인디스플레이 패널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계기판과 메인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합된 고가의 자동차만큼은 아니지만 시인성도 좋고 조작하기도 편리하다.

더욱이 스티어링 휠에는 시프트 패들까지 달려 있다. 스포츠한 주행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모델이 아니긴 하지만 시프트 패들로 수동으로 기어 변속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RPM 레드존까지 끌어 올리고 엔진 소리를 들으며 변속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하지만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은 세대에게 그리 큰 메리트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시스템 정도만 물리키로 조작할 수 있고 나머지 세부 기능들은 터치 방식의 메인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하나 이상의 메뉴를 선택해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직관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주행 중 조작도 불편하다.

시승차는 XM3 전 트림 중 가장 많은 옵션 사항이 포함된 최상위 트림 RE 시그니처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 가변형 앰비언트 라이트, 스마트폰 연결 시스템, EASY CONNECT 등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XM3는 꽤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구매 전 미리 자신에게 맞는 옵션을 추려 보고 트림을 선택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실내 거주성을 한번 살펴보자. 슬로핑 루프 라인을 지닌 자동차는 태생적으로 헤드룸과 적재함 공간이 박하다. XM3 역시 2열 헤드룸 공간은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하지만 동급 모델 대비 휠베이스가 길어 그리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XM3 휠베이스는 브랜드 내 상위 모델인 QM6보다도 15mm나 길다. 손해 본 헤드룸을 레그룸에서 챙긴 느낌이다.

2열과 같이 루프 라인으로 인해 적재함의 높이는 낮지만 길이가 여유로워 생각보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르노삼성차가 밝힌 정보에 따르면 적재함 용량은 513L. 살짝 각이 생기긴 하지만 2열 좌석을 접으면 적재공간을 최대로 확보할 수 있다. 혼자 혹은 2인 부부나 취학 전 아이 1-2명 정도로 구성된 가족 단위 사용자에게 적합한 실내 공간이다.

시승차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3L 터보 엔진과 7단 DCT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152마력, 최대토크는 26.0kg·m를 낸다. 스포티한 외관에 시프트 패들까지 갖춘 자동차 치곤 주목할 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 단위의 이용자가 출퇴근 등 도심 주행과 주말 고속도로와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을 하기엔 손색없어 보인다.

SUV를 지향하는 모델답게 운전석 시야각은 세단의 그것보다 확실히 높다. 시야각이 높으니 운전하기가 한층 수월해 운전 초보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제한 속도 구간 내에서는 출력의 부족함 없이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배기량의 한계로 인한 명확한 한계가 드러나고 높은 차체와 말랑한 서스펜션 세팅으로 인해 고속에서의 급격한 자세 변경은 불안하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며 날렵한 코너링을 즐기는 자동차가 아니니 큰 단점으로 볼 순 없다.

르노삼성차 XM3는 여러 형태의 자동차 특징을 잘 배합한 훌륭한 스타일링을 지녔다. 쿠페형 스타일로 손해 볼 수 있는 실내 공간은 긴 휠베이스로 챙겼다. 이와 함께 동급 경쟁 모델 대비 가격적인 매리트도 있다. 시승차가 속한 TCe 260트림은 2,10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하위 트림인 직렬 4기통 1.6L엔진을 사용하는 1.6 GTe트림은 1,700만원대부터 선택할 수 있다.

 

<VERDICT>

Good

- 전에 없던 독특한 스타일의 국산차로 존재감 뿜뿜

- 풍부한 옵션, 차체 대비 넓은 실내 공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대

Bad

- 고속 주행시 힘겨워 하는 다운 사이징 엔진

- 스포티한 외관에 어울리지 않는 둔한 핸들링 감각

<Competitor>

쌍용 티볼리 : 디젤엔진과 네바퀴굴림을 갖춘 보다 SUV다운 크로스오버

현대 베뉴 :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콤팩트 크로스오버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플렉스 MOTORPLE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