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90 T8
볼보 S90 T8

요즘 볼보는 독일 3사가 구축했던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 그룹 영역에 도전하는 활기찬 브랜드다. 그 중심에는 XC90이 있다. 또 세단에는 S90도 있다. 이번 모터플렉스 시승은 PHEV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한걸음 더 진화한 볼보 S90 T8 인스크립션이다.

볼보 세단은 전통적으로 S80이 담당했었다. 볼보에서는 플래그십이지만 시장에서는 독일 3사의 가격보다 낮은 수입 중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던 모델이다. 판매량도 출중해 연 1만대가 채 판매되지 않았던 시절 S80은 볼보코리아 판매량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모델이었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S90은 볼보 세단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모델인만큼 볼보의 가장 완성형 세단으로 국내에선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두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무엇보다 이번 볼보 S90에선 가장 뚜렷하게 도드라지는 점이라면 ‘크기’와 ‘가격’이다

S90은 모멘텀 트림이 6,030만 원, 인스크립션이 6,690만 원이다. 최상급 모델인 T8은 PHEV인 터라 조금 더 복잡한 기술이 녹아들어 8,540만 원이다. 독일 3사 중형 세단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포지셔닝인 셈이다. 편의사양과 성능면에서 절대로 뒤지지 않다는 점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가격 선택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품성 대비 가격은 장점으로 봐줄 만하다.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 그룹을 뒤쫓는 입장에선 적절한 구성인 셈이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크기. 우선 전장이 5,090mm로 독일 3사 중형 세단 어느 모델과 비교해도 크다. 휠 베이스 역시 3,060mm로 동급에서 가장 길어 실내 공간도 압도적으로 크다.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인 전장과 휠 베이스에서 크기 때문에 대형차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아우디 A8과 비교하면 볼보 S90이 전장은 겨우 80mm 짧으며 휠 베이스는 오히려 2mm 더 길다.

독창적인 세련미와 산뜻함을 강조한 볼보 S90 T8

볼보 S90 T8 바워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막귀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볼보 S90 T8 바워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막귀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S90의 두 트림 모멘텀과 인스크립션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외관에서는 18인치와 20인치 휠, 전면부 범퍼 하단과 측면의 크롬 테두리와 측면그릴 디자인이 다르다. 실내에선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봉과 베이지색 컬러의 시트 그리고 바워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등으로 차별화를 뒀다. 모멘텀 트림에선 경험하지 못한 인스크립션의 편의사양들을 경험해보자면 확실히 차이를 둔 것이 느껴질 정도다. 만약 차를 산다면 인스크립션 트림을 추천하는 이유다.

볼보 S90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자면 ‘독창적인 세련미와 산뜻함’이라 할 수 있을 터. 그만큼 군더더기가 없고 조작이 간편하면서도 산뜻하다. 그리고 이런 미적 감각들은 독일 3사나 단른 프리미엄 메이커 그룹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볼보만의 것이다.

볼보 S90 T8,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봉
볼보 S90 T8,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봉

특히 볼보 S90의 백미는 인테리어다. 3m가 넘는 휠 베이스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넓은 실내공간을 뒤로 하더라도 대시보드 구성과 센터페시아 버튼류 조작감각 그리고 배치 등은 일찍이 자리잡은 볼보의 전매특허다.

오레포스가 만든 크리스탈 기어노브는 개인적으론 이전 것이 더 손에 감아 쥐기 좋았지만 여전히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통풍 기능을 더한 볼보 S90의 시트는 이미 국내에선 오래 운전해도 불편하지 않은 시트로 정평이 높다. 더군다나 2열 시트부분은 운전자에게 맡기도 다녀도 좋을 만큼 다양한 편의장비와 넓은 공간이 느껴진다. 심지어 도어 트림 한 켠 재떨이는 고즈넉한 기분 마저 풍긴다.

볼보 S90 주행감각, 엔진은 혼자가 아니야

볼보 S90 T8
볼보 S90 T8

PHEV 하이브리드 방식은 완전 전기차의 기술적 단점을 보완해내기 위한 것. 일정 거리(33km)에선 전기차처럼 주행할 수 있고 이후엔 엔진을 구동해 달린다. 보태어 전기모터의 힘으로 초반 발진 가속을 도와줌으로서 배출가스를 줄이고 차량의 진동소음도 일부 억제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이를 두고 친환경이냐 아니냐는 의견 대립은 있었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하지만 일단 볼보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아닌 내연기관만을 쓰는 파워트레인은 이제 전시장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볼보 S90 B5는 이런 시류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델이다. 그만큼 환경정책에 대한 이행의지기 뛰어난 메이커임에는 확실하다.

볼보 S90 T8은 저속에서는 터보차저 고속에서는 슈퍼차저가 힘을 더한다. 엔진 혼자만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저 4기통 가솔린 엔진의 힘이려니 생각했다간 불현듯 놀라운 순간을 맞이한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종합하자면 이 차는 여러 도움을 받는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 405마력을 토해내며, 토크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40.8kg.m을 낸다. 변속은 아이신 8단 변속기를 통해 힘을 전하는데 모두 4바퀴로 각각의 힘을 배분해낸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이 차의 주행감각은 말 그대로 어떤 면에선 전기차고 다른 면에선 내연기관차였다. 배터리는 완전히 0으로 방전되는 순간이 오지 않으면서 줄기차게 엔진에 힘을 보태고 있고, 시내 도로주행시 엔진은 일순간에 조용해지면서 전기차처럼 저속으로 깔린다. 반면 교외로 나가면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가 번갈아가며 엔진을 채근해 대며 시원하게 가속을 이어나갔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인상적인 점은 길이가 5m가 넘는 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회전구간에서 날렵하게 돌아나간다는 점이었다. 마치 코너에 찌르듯이 깊숙이 차를 밀어 넣어도 밀리거나 기우뚱 거리는 일 없이 안정적인 선회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차 가운데 이처럼 축거를 늘린 차가 완성형의 주행감각을 낼 수 있었던 기억은 많지 않았다.

네바퀴를 굴리는 세단은 과격하게 주행을 해도 측면과 전후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볼보 S90 T8이 좋은 예였다. 덩치는 대형 세단임에도 순발력 있는 주행감각을 발휘하며 그저 즐기는 순수한 운전도 볼보 S90 T8에선 충분했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볼보 S90 T8은 좋은 차다. 이 차를 한번이라도 시승한다면 누구라도 좋은 차라고 느낄 수 있는 차다. 하지만 이 차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는 아니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보다 이 정도면 됐다는 ‘만족감’이 우선했다. 이 차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운전자의 욕구를 채워줄 요소는 찾을 수 없었다. 이 차의 남은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볼보 S90 T8
볼보 S90 T8

 

<Verdict>

점잖고 수수하면서도 첨단기술을 다 가진 차. 모자람은 없지만 ‘한방’도 없다.

 

Good

전기차타는 사람과도 어울릴 수 있고, 내연기관차 타는 사람과도 어울릴 수 있다.

 

Bad

어느 쪽이든 ‘인싸’는 못된다.

 

<Competitor>

메르세데스 벤츠 E350 4MATIC : 차는 밴쓰라는데.

아우디 45 TFSI 콰트로 : 연쇄할인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플렉스 MOTORPLE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